25 Feb 2017
My Trip to Japan with Parents
여행을 하는 동안 우리는 종종 일상을 성찰한다. 익숙한 행동과 사고가 낯선 환경과 만나며 일으키는 불협화음이 우리의 일상을 성찰하게 해준다. 아마 가족여행이 가장 극적인 예가 아닐까? 평소라면 넘어갔을 작은 행동과 말 하나가 마찰을 일으키기도 하고, 사소한 것 하나에 소중함을 느끼고 감사를 하게 되기도 한다.
2017년 나는 장기간 해외로 나가기 전에 부모님과 여행을 가기로 했다. 설 연휴 동안 가까운 일본 유후인 온천으로 2박 3일간 다녀왔다.
출국 하는 공항에서부터 아버지와 마찰이 생겼다. 어머니와 나의 의견을 묻지않고 행동하는 것에 참기 힘들었다. 아버지와 갈등의 절정은 예약한 료칸이 부도가 나면서 부터였다. (료칸 사장님이 도착 이틀 전에 돌아가시고 예약 사이트를 통해 연락이 오지 않았다. 다행이 다른 여행객들의 도음으로 다른 료칸을 구하긴 하였다.) 아버지는 짜증을 나와 어머니에게 내셨다. 저녁 메뉴도 역시 혼자 정하고 들어가 버리셨고, 결국 음식이 마음에 안 들어 금방 나왔다. 내가 찾은 식당은 마음에 안 든다고 혼자 빠찡코를 하러 갈테니 각자 먹자고 할 때는 화가 나기보다는 황당하였다. 익숙했던 가정의 권력구조와 의사소통 방식들 모두 그 곳에서는 참을 수 없었다.
참다보면 행복한 순간도 있었다. 아침 물안개가 오르는 긴린코 호수는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우리는 아침 일찍 호수를 산책하고 호수가의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해가 점점 떠오르며 물안개가 걷혀가는 호수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햇살은 따뜻했고 우리는 너무나 평화로웠다. 우리는 이 순간을 같이 하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사랑을 확인하고 있었다.
여행을 하며 마주치는 낯섬 속에서 나의 익숙함이 얼마나 낯선지 경험한다. 평소에 조용히 묻어두었던 감정과 기억이 표면으로 올라오기도 한다. 매일 대면하기 두려운 것들은 묻어두어야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역시 이따금 꺼내어보는 용기도 필요하다. 이번 여행을 마치며 다음 가족여행 아주아주 나중에 라고 다짐을 했지만, 종종 다녀오려한다. 너무 자주는 말고.
Til next time,
at 1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