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Apr 2019
Habit
2019년을 식상하게도 자기계발서를 읽으면서 시작했다. 작년에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더라면 더 많은 일을 했을 거라며 자책하며 새로운 업무 습관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책의 제목은 Now Habit
, 부제가 Strategic Program for Overcoming Procrastination and Enjoying Guilt-free Play
이다. 일주일간 휴가를 내고 바로셀로나에서 맛있는 것도 먹고 느긋하게 게으름을 피우며 게으름을 극복하는 법을 읽었다. 올해의 삼분의 일이 지난 지금, 아직 책의 충고가 잘 작동하는 걸 보면 적어도 나에게는 꽤 괜찮은 충고였던 셈이다.
먼저 게으름을 피우는 자신의 마음을 마주해야한다. 게으름을 피우는 이유는 두렵기 때문이다. 이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 할까봐 두렵다. 실패했을 때 내가 못난 사람이 되는 것이 두렵다. 그래서 그 결과를 마주하는 것을 피하려고 일을 지연시킨다. 내가 두려운 이유는 이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자체는 좋은 것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일을 시작하지 못 해서는 안 된다. 스트레스는 우리가 도전적인 상황을 마주했을 때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반응기제이다. 다만 그 정도가 심할 때는 부작용이 따른다. 이 일은 중요하지만 실패했다고 내가 가치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 것을 받아들이면 한층 부담감이 줄어든다.
완벽주의를 피해야한다. 완벽한 결과만 받아들일 수 있다면 일상은 실패의 연속일 뿐이다. 일상을 실패로 정의할 때 우리는 겁먹게된다. 일주일 중 3일만 습관을 지켜내도 성공한 것이다. 지난 달보다 나아졌다면 나는 좀 더 효율적으로 일을 하고 있다.
일단 게으름의 원인을 파악하고 실패를 포용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지면 실제로 게으름을 극복할 효과적인 전략을 쓸 수 있다.
첫 번째 전략은 덜 중요한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필요한 일을 하고 불필요한 일을 하지 않으려 최선을 다해야한다. 예를 들어 하고 싶은 일을 중요도 순으로 1-20까지 줄을 세우면, 4위 부터 20위까지 일을 하지 말아야한다. 가장 중요한 일들이 잘 흘러갈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너무도 쉽게 중요하지만 덜 중요한 일들을 하게된다. 언젠가는 출판하고 싶은 프로젝트, 읽으면 좋은 논문들, 도움이 될 것같은 강연 동영상, 한번 해보고 싶었던 취미들이 가장 중요한 일들을 피하는 변명으로 쓰이고 만다. 내 능력의 한계를 인정하고 포기해야한다. 언젠가는 할 일들은 집중을 방해하고 죄책감을 만든다. 예를 들면 언젠가는 읽을 재밌는 논문 리스트는 지워버리는 것이 좋다. 필요한 논문이면 언젠가는 찾아 읽게 된다.
시작이 반이다. 낮은 목표를 잡고 어떻게든 일을 시작하려고 해야 한다. 자세한 일의 과정과 결과를 미리 생각하는 것은 나를 겁먹게 만든다. 작은 일이라도 일단 시작하면 내 생각보다 잘 할 수 있다. 수영을 가기 싫은 아침에는 가서 샤워하고 25m만 수영해보자라고 다독인다. 그리고 일단 물에 들어가면 꽤 많이 그리고 즐겁게 수영하게 된다. 일어나기 힘든 아침도 물 한잔 마시고, 스트레칭만 하자라고 생각하면 다시 침대에 눕는 일 없이 하루를 잘 시작할 수 있다. 논문을 어떻게 써야할지 생각이 나지 않는 날, 일단 편집창을 열어서 한 글자씩 써보면 결국 한 문단을 쓸 수 있다. 그렇게 쓰다 보면 (나의 큰 저항 없이) 글 하나를 완성할 수 있었다.
쉬는 시간을 계획하고 일에 대해 작더라도 보상을 하면 일에 대한 부담감이 적어진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때, 25분 타이머를 쓴다. 일단 25분만 일하고 쉬자라고 생각하면 큰 부담이 없다. 25분은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때는 중간에 집중력이 흐트러지기도 하고, 어떤 때는 25분 이상 quaility work를 하기도 한다. 25분 정도면 작게 쪼갠 업무 하나를 처리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그리고 작은 업무 하나를 끝낸 나에게 작은 보상으로 5분 정도 휴식을 준다.
습관을 실행하기 쉽도록 환경을 바꾸어야 한다. 나는 종종 열쇠나 학교 ID를 챙기지 않고 출근하곤 했다. 하지만 현관 문 바로 옆에 열쇠와 학교 ID를 걸어둔 이 후로는 매번 잘 챙겨서 나가고 있다. 휴대전화 충전기를 침대에서 먼 곳에 두면 잠을 잘 자게 된다. 간혹 쉽게 잠들지 못 할 때 침대 옆에 있는 휴대전화로 트위터를 확인하고 했다. 그러면 잠들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휴대전화를 집기까지 조금 더 노력해야하는 구조를 만들었을 뿐이지만 지금은 원하는 시간에 잠들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습관을 만드는 일이 항상 재미있지는 않다. 나의 강렬한 저항에 부딪힐 때가 많다. 원래 방식을 바꾸지 않으려는 관성이 강하다. 모든 것이 생각대로 잘 될 때는 잊고 있던 자기 의심과 부정이 습관이 흐트러졌을 때 고개를 든다. 예를 들면 학회를 다녀오면 생활 리듬이 깨진다. 그리고 다시 습관을 복원하려면 많은 에너지가 든다. 그럴 때는 나는 왜 이것을 선택했는지 생각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어떤 행위에 항상 재미를 찾을 수는 없지만, 모든 선택에 의미를 부여할 수는 있다.
습관을 만드는 일은 나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일이기도 하다. 나를 깔끔한, 정직한, 또는 건강한 사람으로 정의하면 그런 정체성에 맞는 습관을 받아들이기 쉽다. 올해는 한달에 하나 정도의 습관을 형성하고 싶다.
Reference
Til next time,
at 16:32